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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경제

美 연준마저 헷갈린다…Mona Lisa Economy

by 개발도움군 2023.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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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모호한 ‘모나리자 이코노미’ 들여다보니
제조업 ‘냉골’ 서비스업 ‘활활’ 증시 ‘착시’
나랏빚·초과 이익·저축, 긴축 경로 교란

나랏빚·초과 이익·저축, 긴축 경로 교란



파월의장

파월 의장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높은 상태”라며 하반기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AFP)보는 각도에 따라 미소가 달리 보이는 모나리자 그림처럼, ‘모나리자 이코노미’는 경기 양상을 두고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가파른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요인에 의해 금리 인상의 파급 경로가 달라져 완화적인 금융 여건이 유지되면서 긴축 효과가 지연되거나 단기적으로 약해졌다는 진단을 내린다. ‘모나리자 이코노미’의 단면과 해석의 모호성(Ambiguity)을 초래한 원인을 분석한다.


특징(1) 부문별 차별적 경기

제조업 위축 vs 서비스 확장

‘모나리자 이코노미’에서 목격되는 특징적 현상은 부문별 차별적 경기 전개다. 글로벌 긴축 국면에서 금리에 민감한 IT·제조업 경기는 위축된 반면, 상대적으로 금리 민감도가 낮은 서비스업은 회복세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제조업은 자본집약적, 고가생산물, 탄력적 수요 등의 특징으로 금리 변동에 민감하다. 서비스는 노동집약적이며 운전자본 조달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수요가 금리 변동에 덜 민감하다. 산업 간 서로 다른 금리 민감도에도 불구하고 과거 긴축 국면에서는 총수요 자체가 위축되면서 경제 부문별로 동조화 흐름이 뚜렷했다. 이번 금리 인상은 팬데믹 정상화 과정에서 이뤄져 서비스업 중심의 ‘펜트업(Pent-up Effect·억눌렸던 수요가 급속도로 살아나는 현상)’ 효과가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부문별 차별적 흐름은 미국 경기지표에서 뚜렷이 목격된다. 대표적인 경기선행지표 중 하나로,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에서 발표하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있다. ISM PMI는 미국 내 기업을 대상으로 매달 설문조사로 산출한다. 크게 제조업과 서비스업 지수로 나뉜다. 이 수치가 50 이상이면 기업들이 경기 확장을, 50 이하면 경기 수축을 예상한다는 의미다.

흥미로운 대목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PMI 간 차별적 흐름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6월 초 발표된 5월 제조업 PMI는 46.9를 기록했다. 지난 4월의 47.1보다 낮고 시장 전망치(47)도 밑돌았다. 제조업 PMI는 7개월째 경기 확장과 위축의 기준점인 50을 밑돌았다. 로이터통신은 제조업 경기가 이처럼 장기간 위축세를 이어간 건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처음이라고 진단했다.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는 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상품 수요가 둔화한 데다, 관련 수요가 서비스로 이동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반면, 서비스업 PMI는 확장 국면이 이어진다. 최근 발표된 5월 서비스 PMI는 50.3으로 올 들어 5개월 연속 50을 웃돌았다. 지난해도 완화적 방역 조치로 미국의 서비스업 PMI는 50을 밑돈 적이 거의 없었다.

 


특징(2) 펄펄 끓는 美 소비·고용

 


‘메가캡’ 뺀 495개 종목은 제자리

미국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0% 정도다.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견고한 고용은 소비를 떠받치고 이는 미국에 얕은 침체조차도 없다는 ‘노랜딩’ 가설을 다시 확산시켰다.

서비스업 회복세는 미국 고용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 산업에서 서비스업이 갖는 비중은 80%(2020년 기준)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미국 고용 시장에서 5월 비농업 일자리는 33만9000개 증가하고 실업률은 3.7%로 나타났다. 3%대 실업률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실업을 고려했을 때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로 평가된다.

고용, 소비지표 강세 흐름을 타고 최근 미국 대형 우량주로 구성된 S&P500지수는 지난해 8월 이후 처음 4300선을 돌파했다. 기술주 중심 나스닥지수는 올 들어 32% 올랐다. 시장에서는 통상 주요 지수가 전 저점보다 20% 이상 오르면 약세장이 끝났다고 본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증시 상승 온기가 전 부문에 고르게 확산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현대차증권 분석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6월 9일까지 12% 오른 S&P500의 상승률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 7개 ‘메가캡(애플·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엔비디아·테슬라·버크셔해서웨이)’ 종목의 기여분은 10.5%로 전체 상승률의 84%를 차지했다. 올 들어 S&P500 전체 구성 종목 502개 가운데 ‘메가캡’ 7개 종목을 제외한 495개 종목의 지난 6월 9일까지 상승률은 2.6%였다. 이를 지수로 환산하면 S&P500은 3940에 불과했다.

지금처럼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경기와 물가 흐름을 지속할 경우, 긴축 기조가 다시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연준은 6월 FOMC에서 올 하반기 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하는 매파적 입장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이 경우, 금리 인하를 빠르게 선반영한 시장과 기대 격차를 좁히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

이창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가 지난 6월 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팬데믹 이후 정책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BOK 국제콘퍼런스에서 나라야나 코철러코타 교수(가운데), 토머스 사전트 교수(오른쪽)와 함께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공)특징(3) 韓 경제도 ‘반쪽 회복’


반도체·2차전지 뺀 코스피 상승률 9%



IT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부문별 차별적 경기 흐름은 우리 경제에도 목격된다. 다만,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25%(2020년 기준)로 미국보다 2.5배 정도 높고 중국 영향을 많이 받는다. 우리나라 서비스업 비중은 62%에 그친다. 이런 구조와 상대적으로 늦은 방역 조치 해제로 서비스업 정상화가 다소 밀렸다.

하지만 포스트 팬데믹 기조 아래, 경제 활동이 정상화되면서 수요가 IT 중심 제조업에서 서비스로 ‘리밸런싱(Rebalancing)’되면서 서비스업 반등이 강하게 나타났다. 송병호 한국은행 조사총괄팀 차장은 “경기 둔화 국면에서도 서비스업에서 여성과 노령 계층을 중심으로 고용이 꾸준히 늘어나 소득 개선을 통해 내수 부진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대형주 ‘착시 현상’도 미국과 다르지 않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6월 9일까지 18% 올라 2600을 돌파했다. 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2차전지 대형주(LG엔솔, 삼성SDI, SK이노베이션, 포스코퓨처엠)를 제외한 코스피 상승률은 9.4%에 그친다. 이를 지수로 환산할 경우 2446.8에 불과하다.

한껏 달아오른 증시와 달리, 우리 경제를 좌우하는 반도체 산업 재고는 아직 역대 최고치로 냉골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4월 우리나라의 반도체 재고지수(2020년=100)는 246.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재고지수가 200을 돌파한 건 1985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반도체 관련 다른 통계도 다르지 않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올 4월 반도체 출하는 3월보다 20.3% 줄었다. 출하란 생산된 제품을 판매 등의 목적으로 공장 관할 밖의 외부로 출고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도체 출하가 줄면서 재고가 쌓이는 구조적 악순환은 그대로인 것이다. 반도체 재고가 쌓이면서 올 4월 제조업 재고율은 130.4%로 3월보다 13.2%포인트 상승했다. 제조업 재고율 역시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5년 이후 최고치다.

시장에서는 통상 반도체 경기를 6개월가량 앞서 반영하는 패턴을 보인다. 투자자들은 현시점이 반도체 경기의 바닥이고 하반기 반등한다는 시나리오에 베팅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아직 바닥 여부를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최근 4대 그룹에서 열린 하반기 경영 전략 회의에서도 ‘상저하고’보단 ‘상저하저’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SK그룹 고위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경기 저점 통과를 빠르게 선반영하지만 아직 실물 시장은 괴리가 존재한다”며 “반도체 재고도 적지 않게 쌓여 있고 계열사 간 제품 거래 때도 납품가를 서로 깎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시장이 다소 들떴다’는 것이다.

반도체 장비 업체 관계자는 “아직 가동률은 예년의 60% 수준에 불과하다”며 “시장 예상대로 반도체 경기가 하반기 회복된다면 설비 투자가 6개월 먼저 이뤄지므로 지금쯤 PO(Purchase Order·구매요청서)가 들어와야 하는데, 그런 조짐은 없다”고 전했다.

관건은 역대급으로 쌓인 재고가 어느 정도 속도로 감소하느냐다. 시장에서 업황 반등에 대한 기대치가 잔뜩 올라가 있는 상황에서 강한 수요 회복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회복 시점이 지연되면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모나리자 착시’ 심화 요인

달라진 금리 인상 파급 경로

미국과 우리 경제에서 부문별 경기 차별화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소비, 고용지표 호조는 과거 긴축 국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빚어진 배경을 금리 인상의 파급 경로가 과거와 달라진 데서 찾는다. 금리 인상의 파급 경로가 달라지면서 그 효과가 이전 긴축 때보다 약해지거나 시차가 길어져 일률적 경기 판단이 모호한 ‘모나리자 착시’가 심화했다는 진단이다.

요인(1) 높은 고정금리

금리 민감도 낮아진 가계·기업

미국 경제의 ‘모나리자 착시’를 심화한 첫 번째 요인은 금리에 덜 민감한 가계와 기업이다. 한국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 등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의 가계 모기지 대출과 기업의 회사채 발행에서 고정금리 비중이 크게 확대됐다. 미국의 경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가계와 기업 모두 약 10%(가계는 모기지대출, 기업은 회사채 신규 발행 기준) 정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민간의 이자 부담이 단기적으로는 크게 늘지 않아 금리 인상 파급 효과가 약화되거나 파급 시차가 길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번 긴축에서는 민간 부문의 고정금리 비중이 높아 전반적인 금리 민감도가 낮았고 이는 금리 파급 경로와 강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요인(2) 완화적 재정 정책

긴축 파급 효과 제약

두 번째 요인은 확장 재정 정책이다. 과거 긴축 때에 비해 상대적으로 확장적인 재정 정책이 집행되면서 통화 긴축의 파급 효과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 국면을 전후해 전례 없는 수준의 재정 부양책을 시행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 비율은 2020년, 2021년 각각 -14.9%, -11.9%로, 2차 세계대전 직후였던 1945년 -20.9% 이후 가장 큰 폭의 재정 적자 비율을 보였다. 2022년에는 미국 정부 재정 적자 비율이 다소 줄었으나 과거 금리 인상기에 견줘 여전히 완화적인 기조라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이 때문에 작금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 확산한 완화적 재정 정책을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난 6월 초 한국은행 신축 별관에서 열린 ‘BOK 국제콘퍼런스’에서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를 지낸 나라야나 코처라코타 미 로체스터대 교수는 “긴축적 통화 정책으로만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면 가계 이자수익이 증가하면서 미래 수요를 자극해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코처라코타 교수는 재정도 긴축적으로 운용해야 장기적으로 소비를 줄여 물가를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긴축 재정은 현재의 소비와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부 부채를 축소시켜 미래 수요를 줄이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요인(3) 가계 초과 저축

긴축 충격 완충 작용


세 번째 요인은 가계 부문 초과 저축이다. 가계의 초과 저축은 경기 위축 국면에서 급격한 총수요 감소가 나타나지 않게 해 긴축 효과를 완충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 논리는 연준과 미국 재무부 주요 인사들이 널리 활용해왔다. 미국 가계의 초과 저축은 2021년 하반기 이후 줄어들고 있으나 여전히 1조8000억달러 정도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저소득층에서도 초과 저축이 적지 않아 고강도 긴축에도 불구하고 소비 둔화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한국은행, 금리 인상 이후의 미국 경제상황 평가·시사점).

韓 경제 금리 인상 완충 요인은

초과 영업이익·초과 저축 덕분

우리 경제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 축적한 기업들의 초과 영업이익과 가계 부문 초과 저축이 금리 인상 완충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긴축의 파급 경로를 변화시켰다는 진단이다.

다만, 우리 경제의 가계·기업 대출 구조는 미국과 다르다. 가계·기업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미국과 달리, 우리 경제의 가계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약 75%, 기업은 약 65%(2022년 예금은행 대출잔액 기준)에 달한다(한국은행). 금리 인상이 곧바로 부채를 깔고 앉은 가계·기업의 이자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우리 금융권에서는 전반적인 금융 여건이 긴축으로 전환됐다는 진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데믹 기간 중 축적한 기업의 초과 영업이익과 초과 저축 등이 긴축 효과를 완충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코스피 상장 IT 대기업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은 팬데믹 특수 덕분에 위기 이전에 비해 많은 영업이익을 축적하고 현금성 자산도 증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제조업 부문 1496개 상장기업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240조원에 육박한다. 이 기간 수출 중심 주요 30개 기업의 누적 초과 영업이익은 약 40조원, 내수 중심 기업의 누적 초과 영업이익은 80조원에 육박한다. 가계 역시 IT 제조업, 수출 대기업에 종사하는 직군을 중심으로 임금이 상승하면서 초과 저축을 축적했다. 그 결과, 이자 부담을 감내할 수 있었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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