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2월말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시작으로 초래된 은행권 위기 속에 헤지펀드들이 공매도로 약 9조원이 넘는 장부상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미국 CNBC 따르면, SVB와 뉴욕 시그니처 은행 폐쇄, UBS의 스위스 크레디스위스(CS)의 인수 등 은행권 위기 확산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은행주를 매도하며 미국와 유럽의 은행주의 주가가 급락했다. 헤지펀드들은 이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공매도에 나선 헤지펀드들은 SVB의 주가 하락에 베팅해 약 13억2000만달러(1조7000억원) 넘게 벌어들였다.
공매도란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해당 주식을 사서 되갚는 투자 기법이다. 주가가 예상대로 하락하면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다.
이들 헤지펀드는 SVB, 시그니처 은행 붕괴 이후 차기 주자로 거론된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에 대해서도 공매도에 나서며 8억4800만달러(1조1000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은행권 위기 확산 속에 공매도 세력의 주가 하락 베팅에 퍼스트리퍼블릭의 주가는 3월에만 90% 가까이 폭락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은행 위기가 유럽까지 확산하자 헤지펀드는 스위스 CS 주식에도 공매도를 취해 약 6억8360만달러(9000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이후 이들이 독일 도이체방크를 타깃 삼았고, 이에 지난달 24일 장 중 한때 도이체방크의 주가는 14%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독일 내 도이체방크의 라이벌 은행 코메르츠방크 주가도 이날 9% 떨어지는 등 유럽 은행 전반으로 불안이 확산했고, 글로벌 증시 전반이 흔들렸다.
이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까지 나서 도이체방크는 수익성 높은 은행이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시장 불안 달래기에 나섰다.
도이체방크의 주가 급락으로 공매도 세력이 3월 거둔 장부상 이익은 3990만달러(526억원)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헤지펀드들이 은행권 혼란을 틈타 미국과 유럽 은행 주식 공매도로 벌어들인 돈은 3월 한달 총 72억5000만달러(한화 약 9조566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피터 힐버그 오르텍스 공동 창업자는 "올해 3월은 지난 2008년 금융권 붕괴 이후 은행권 공매도 수익이 가장 높았던 달"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은행권 혼란이 어느 정도 해결되며 은행들의 주가가 반등한 탓에 이들 공매도 수익이 일부 줄었으며, 현재 은행주들에 대한 공매도량은 5% 수준으로 많이 낮아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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