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한 가격에 적정한 양을 제공하는 가격 표시제를 철저히 준수한다!” “준수한다! 준수한다!”
지난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중강당. ‘광장시장 상인 서비스 향상 결의대회 및 교육’이라 적힌 플래카드 앞에서 광장시장 상인 100여 명이 구호를 외쳤다. 일부 상인들은 위생모와 앞치마를 둘렀고, ‘가격 표시·원산지 표시·착한 가격’이라 적힌 분홍색 띠를 어깨에 두른 이들도 있었다. 상인 대표 2명이 앞으로 나와 “친절” “가격” “위생” “안전” 등을 외칠 때마다 상인들은 “준수한다”는 구령을 세 번씩 따라 붙였다.
이들이 이곳에 모인 건 최근 불거진 광장시장 ‘바가지요금’ 논란 때문이었다. 광장시장은 지난달 중순 모둠전 판매점이 가격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음식을 내놓는 유튜브 영상이 공개돼 홍역을 치렀다. 한 여행 유튜버가 외국인 지인 두 명과 1만5000원짜리 모둠전을 주문했는데, 전의 양이 성인 한입 크기 8~9개 정도로 적었다. 이후 상인들의 강매와 현금 결제 강요도 문제 되며 시장 전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퍼졌다.
조병옥 광장전통시장상인총연합회 이사는 “지금 이런 위기는 처음인데, 전쟁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누구에게라도 1퍼센트의 허점을 주지 않는 상인들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광장시장 먹거리 가판대 상인 전체가 모여 결의 대회를 진행한 것은 상인회가 결성된 2000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상인회는 이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바가지요금, 강매 등과 관련한 외부 고객들의 민원이 접수되면 상인회에서 위반 횟수에 따라 1일에서 최대 15일까지의 영업 정지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서울관광협회 등에서 전문 강사를 초청해 월 1회 상인 서비스 질 향상 교육도 하기로 했다. 서울시가 내년에 도입하기로 한 ‘정량 표시제’도 예정대로 진행된다.
30여 년간 광장시장에서 비빔밥·칼국수 등을 판매 중인 조향(64)씨는 “이런 논란이 처음이라 상인들이 당황한 건 사실”이라며 “야채나 고기 등 물가 때문에 양이 들쭉날쭉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손님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느꼈다. 이런 논란이 없도록 애쓸 것”이라고 했다. 모둠전 판매점을 10년간 운영해온 김정자(58)씨도 “시장을 더 발전시킬 기회로 삼고 고객에 대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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